대책없이 면접

대책없이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 분 중 한 분이 ‘면접 후기도 쓰시는 거 아니냐’고 하셨는데 속으로 뜨끔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이번에는 기필코 면접 후기를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들어갔기 때문… 설마 이 글도 보는 건 아니겠지

사실 지금껏 면접 후기를 쓴 적이 없다. 개발 직군으로 면접을 본 적은 있지만(면접을 봤기 때문에 입사를 한 거겠지만) 취준 당시엔 다시 면접을 회상하고 싶지 않았고(그래서 발전이 없나보다) 입사 후엔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막상 쓰려고 하니 상황과 질문들 대부분을 잊어버렸다.

이번에는 좀 나아지고자 면접 본 직후, 지금 지하철인데 모바일 마크다운 어플리케이션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면접 질문 중에 왜 블로그를 하냐는 질문이 있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내가 왜 쓰냐(갑자기 분위기 대학인데, 학과 모토가 why do we write이었다), 까지 이어질 수 있는 답변이다. 저는 관종이고, 제 글을 누가 봤으면 좋겠거든요. 농담이고,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글로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내 글이 티클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쓰면서 알게된 건데, 해당 답변은 또 개발적인 부분과도 이어지네. 언젠가 내가 만든 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근데 현시창. 개발 더럽게 못함()

어쩌다 면접을 보게 되었나

직장생활을 하며 몸과 정신이 피폐해졌다. 모든 직장인들이 이를 감내하며 지내는 것도 잘 알지만, 이전 직무를 퇴사하며 당시 직군 사람들과 약속한 게 있었다.

행복해지기. 그런데 참… 아무리 노력해도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다. 가끔 술 많이 먹고 구 직장동료들한테 전화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을 노력해야하냐’고 주사를 부리기도 했는데…. 죄송할 따름…. 그래서 나는 차선으로 불행해지지 않기로 했다.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는데도 행복해질 수 없다면, 불행해지는 선택을 안하기로 했다. 이런 모토로 지내니 선택이 자유로워졌다.

자의 반, 타의 반 퇴사를 하고 다른 퇴사자와 함께 도망치듯 여행을 갔다. 여행 가서 알게 되었는데, 퇴사 확정 후 술을 먹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직중으로 돌려놨더라. 과거의 나 존경한다.
구직중으로 돌려놓으니 별의 별 곳에서 연락이 왔다. 잘생기고 어리며 돈 많고 인권감수성이 높은 남성과 잡오퍼는 다가오면 막는 게 아니라고 배운 나는, 연락 온 모든 곳에 이력서를 보내 닥치는대로 면접을 잡게 되었다.

아직도 궁금한 게, 내가 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서칭이 되는 걸까. 구직중인 사람 엄청 많을 거 같은데.

예의가 아닌 거 안다. 취업할 준비가…. 됐는지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면접에 임하는 게, 면접관들 시간을 뺏는 거니까. 심지어 이번에 후기를 쓸 면접은 면접 준비도 안하고 갔다. 사실 퇴사 후 첫 면접; 미래의 나에게 변명하자면…. 야이씨 여행에서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몸은 서울에 있는데 정신은 아직 못 돌아왔다….! 어쨌든 면접 보면 는다니까, 하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했는데 면접에 임하시는 분들이 나 외엔 다 진지하셔서 안일한 생각으로 임한 내가 죄송스러웠다.

본격적 면접 후기

총평으로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답답한 지원자의 포지션이었다. 음… 면접 때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미 벌어진 사태는 돌이킬 수 없으니 뭐….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지.

DOM 아키텍처

사실 질문을… 잘 이해를 못해가지고 답변을 못했다. 근데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더라도 내가 올바른 답을 말할 수 있었을까?

처음 당황한 포인트여서, 질문이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도 잘 안난다. 심지어 어떤 질문인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해주셨는데도. 당황하면 머리가 백지되는 건… 영원히 못 고칠 것 같다.

DOM과 관련한 질문이었다는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정확히 어떤 것에 대해 질문하셨더라. 기억나는 것으로는 DOM 아키텍처 개념을 알고 있냐, 어디까지 알고 있냐와 관련한 질문이었다. 심지어 다른 면접관님이 무엇을 물어본 것인지, 추가적으로 설명까지 해주셨는데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브라우저 렌더링 과정을 물으시는 건가, 싶었는데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서.

이미지 찾다가, 나중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메모

DOM 소개

화이트보드 코딩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 2009-01-01은 수요일이다.
  • 홀수 달은 31일이며, 짝수 달은 30일, 2월은 28일을 가지고 있다.
  • 유저가 input에 월과 일을 입력한다면, output으로 요일을 주어야 한다.

비슷한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나서, 풀다보면 기억나지 않을까? 싶은 문제였다. 문제는 그 알고리즘을 만날 당시 내가 열정맨 상태여서, 막 알고리즘 열심히 풀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때라는 것.(5개월도 전임) 심지어 그 때는 율리우스력이냐 그레고리력이냐 뭐 이런 것도 조건으로 걸어서 풀었던 거 같은데. 정말 놀랍게도 비슷한 문제를 풀었다, 까지만 기억나고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이 조금도 나지 않았다.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서 생각한 방법은

  • 일단 홀수 달인지, 짝수 달인지, 짝수 달 중에서도 2월인지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그런데 수요일부터 시작인데… 다음 달은 어떻게… 시작 요일을 어케 알지….

면접관 분이 답을 알려주셨다.

  • 1월 1일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인지를 알면 된다.

그리고 푼 내용이 약간 기억이 났는데, 당시에 내가 배열을 이용했다는 게 기억났다. 근데 배열의 인덱스는 0부터 시작이잖아…? 그러면 0번째 방에다가 빈 문자열을 넣어야 하나…? 아닌 거 같은데…….당황하니 사칙연산도 안되고(도와주신 면접관 분 감사합니다) 계속 힌트를 주셨지만 음….

거의 다 풀었다고 말씀하셨지만…. 네… 거의 다 푼 것은 푼 게 아니니까요… 그냥…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이런 식으로 풀려고 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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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 outputFunc = (month, day) => {
let _month = month;
let days = 0;
const dayName = ["화", "수", "목", "금", "토", "일", "월"];

while (_month > 1) {
if (_month % 2 !== 0) {
_month--;
days += 31;
} else {
if (_month === 2) {
days += 28;
_month--;
} else {
_month--;
days += 30;
}
}
}
days += day;
console.log(dayName[days % 7]);
};

조건문 저렇게 쓰지 말랬는데

아니 근데 분명히 화이트보드… 코딩 없다고 했잖아요ㅠㅠㅠㅠ….

하지만 준비된 사람은 갑작스러운 조건 추가에도 척척 풀었겠지. 준비 안된 누굴 탓하랴.

만약 2009년이 아니라 금년이라면 디버깅이라도 해봤을텐데

영어 질문과 역경 극복법

일단 영어를 못 알아 들었다. 영어 질문을 해석해주셨는데 힘든 상황 어떻게 대처하냐고 묻는 거라고 했다.

힘든 상황은 늘 있었지만, 극복을 해낸 적은 없는 거 같아서 질문이 너무 어려웠다. ‘I usually cry’이라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화이트보드 코딩으로 이미 오늘 자 수치 맥시멈을 찍었기 때문에 입을 다무는 편을 택했다.

정말 놀랍게도, 그 외엔 기억이 안나고 빠르게 총평

일단 면접관이 너무 많으셔서 당황했다. 압박 면접은 분명 아니었는데, 인원 수에서 밀려오는 부담은 분명했다. 이 부담은 내가 면접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더 그랬던 거겠지. 화이트보드를 바라보고 있는데, 음…. 내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뺏고 있구나 실감했다.

오퍼를 주신 분께 제일 죄송했다. 이전 직무의 경우, 보통 누군가의 추천 채용으로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소개해주신 분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매 면접마다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번 면접은 과거의 나보다도 덜 준비한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인사 드리며 얼굴을 보자니 부끄러웠다. 이 블로그는 사실 남을 위해서 쓴다지만 나를 위해서도 쓰니까 나를 위해 변론하자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게 검사처럼 굴지라도 나는 언제나 나의 변호사가 되겠어 그 분은 나를 제외한 많은 분에게 잡오퍼를 주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면접이 타인의 어떤 기회비용을 앗아가는지 고려치 않았다. 면접을 보고 휴대전화로 시계를 확인해보니까, 한 시간 반이 좀 안되게 지났더라.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자책만 하면 발전하는 게 없으니까, 뭘 할지 리스트업을 해야겠다.

  • 다시 알고리즘 문제 풀기

  •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열리는 리액트 관련 강의 수강 신청(은 실패 솔드아웃 속도 실화인가요)

  • 뭘 헷갈리는지 정리

    (아래는 애매모호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해는 하는데 고무오리한테 설명하라고 그러면 자신이 없는 것들)

    • 자바스크립트 비동기 처리 방식
    • 프로토 타입과 클래스
    • 클래스 필드 문법이란 무엇인가
    • 클로저
  • 하고 있는 것 지속하기

    • 토이 프로젝트
    • 리액트 강의(우형 강의, 노마드코더 강의, etc) 듣고 정리하기

면접을 보고난 다음, 대표님이 관련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좋겠다고, 요즘 좋은 책들이 많으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성장하는데 있어 CS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라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는 취업을 운이라고 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스킬셋이 회사와 일치하고, 해당 회사에서 TO가 있고, 경쟁자들 중에서 제일 잘하고 등등… 많은 조건들이 합쳐져서 취업이 되는 거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기존에 내가 취업한 걸 돌이켜봤을 때, 대부분 운이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이 취업이 안되어서 힘들어할 때도 운이 좋지 않은 거라고 위로하곤 했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구 직무를 함께했던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면접을 잘 못봤다고 하니까, 운이 안좋아서 그런 거라고 위로해줬는데. 운 탓을 하기엔 내가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위로를 받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면접이 끝나고 난 뒤 끝났다, 라는 해방감보다는 아쉬움이 진했다. 살면서 면접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그 동안 망친 면접도 한 트럭인데, 매번 보다 준비된 상태에서 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늘 후회는 늦지만 어쩔 수 없지. 이미 지난 일이니까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오늘은 행복하진 않지만 불행도 하지 않은 날이니까, 지인의 말처럼 언젠가는 음… 행복해지겠지.

그리고 오늘자 나의 마인드